2025/04 13

브랜드 흥망성쇠 (13) 편의점 CU와 GS25의 재기

1. 하이락의 등장과 실패 – 도시락 시장의 조기 진입자2000년대 초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당시 소비자에게 도시락은 ‘급할 때 먹는 저렴한 음식’의 이미지가 강했고, 맛이나 퀄리티보다는 가격 중심으로 선택되었다. 이때 등장한 브랜드가 하이락이었다. 하이락은 ‘건강한 도시락’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일찍이 프리미엄 전략을 시도했다. 채소 중심의 메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용기 디자인, 가볍고 영양 밸런스가 맞는 구성 등은 분명 시대를 앞선 시도였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 인식은 여전히 ‘싸고 배부르면 된다’에 머물러 있었고, 하이락의 고가 전략은 시장과 어긋났다. 유통망 역시 제한적이었고, 대형 편의점과의 협업이 아닌 독립 유통망을 유지하면서 매장 접근성이 떨어졌다. 브랜..

브랜드 흥망성쇠 (12) 현재 진형형인 파리바게뜨

1. 파리바게뜨의 전성기와 브랜드 포지셔닝파리바게뜨는 1988년 설립 이후, 한국 베이커리 시장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동네 빵집이 줄어들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확장되던 시점에서, 파리바게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일상적인 브랜드로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생크림 케이크, 바게뜨, 단팥빵, 고로케 등 한국인 입맛에 맞춘 제품 라인업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이 되었고, 전국 곳곳에 위치한 점포 수는 곧 브랜드의 신뢰도를 상징했다. 특히 1990~2000년대 초반, 파리바게뜨는 ‘데이트 장소’, ‘시험 끝나고 들르는 빵집’, ‘엄마가 사오던 생일 케이크’ 등 청춘의 기억과 맞닿아 있었다. 이 시기 브랜드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브랜드의 인식은..

브랜드 흥망성쇠 (11) 프리챌 -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초

1. 프리챌의 전성기 –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작을 열다프리챌은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를 이끈 대표 플랫폼이었다. 동호회 기반 구조는 이용자들이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모일 수 있게 했고, 게시판, 채팅, 사진첩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기능들이 유저들의 소속감을 끌어냈다. 싸이월드가 개인 중심이었다면, 프리챌은 집단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문화 초기에 ‘프리챌 동호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졌고, 회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프리챌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큰 실책은 2002년, 갑작스런 유료화 정책이었다. 기존 무료로 운영되던 커뮤니티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유료로 전환되자, 이용자들의 ..

브랜드 흥망성쇠 (10) 모나미 볼펜의 화려한 귀환

1. 국민 볼펜의 몰락 – ‘모나미 153’이 지워진 시간모나미는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손에 들린 최초의 대중형 볼펜 브랜드였다. 특히 ‘모나미 153’은 가격, 품질, 내구성 모두에서 시대를 초월한 제품으로, 사무실, 학교, 가정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점차 존재감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해외 브랜드들의 고급 필기구가 수입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저가 문구류는 중국산 제품에 밀렸다.게다가 디지털화로 인해 필기 문화 자체가 줄어들면서, 볼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다. 브랜드는 점점 과거의 유산으로 여겨졌고, 젊은 세대에게 모나미는 “옛날에 쓰던 것”으로 인식되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모나미는 몇 차례 신제품 출시를 시도했지만 시장의..

브랜드 흥망성쇠 (9) LG 스마트폰 역사의 뒤안길로

1. LG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 – 기술력은 있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LG전자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 주자 중 하나였다. 옵티머스 시리즈, G 시리즈, V 시리즈 등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였고, 특히 세계 최초 곡면 스마트폰, 모듈형 스마트폰, 듀얼 스크린 등 실험적인 시도는 IT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문제는 제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아니라, 브랜드 포지셔닝과 일관된 방향성 부족이었다. 삼성과 애플이 각각 ‘고급형 시장’과 ‘생태계 중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LG는 고급형도, 실속형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머물렀다. 제품 주기가 빨랐고, 소비자 피드백이 반영되기 전에 신제품이 나오는 등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

브랜드 흥망성쇠 (8) 보루네오 가구 케이스에서 배워야 할 점

1. 한 시대를 풍미한 보루네오가구 – 국민 브랜드의 몰락 보루네오가구는 1971년 설립 이후, ‘중산층의 가구’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1980~90년대 한국 가구 시장을 지배했다. 합리적인 가격, 무난한 디자인, 내구성 좋은 품질 덕분에 침실, 거실, 사무용 가구까지 전방위적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한때 가정집에서 사무실, 학교까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였고, "가구는 곧 보루네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브랜드 인지도와 대중성이 높았던 만큼,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보루네오가구는 빠르게 하락세를 탔다. 새로운 감성 가구 브랜드들의 등장,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진출, 온라인 유통 플랫폼 확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

브랜드 흥망성쇠 (7) 싸이월드, 그 추억 속으로

1. 싸이월드의 영광과 몰락 – 감성 플랫폼의 전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SNS 플랫폼, 싸이월드는 2000년대를 풍미했다. ‘일촌’, ‘미니홈피’, ‘BGM’, ‘도토리’ 등은 당시 젊은 세대의 일상 속 깊이 자리 잡았고, 싸이월드에서 친구를 사귀고 감정을 표현하며 디지털 감성을 나누는 문화가 형성됐다. 특히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사진과 글을 올리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싸이월드는 단순한 SNS가 아니라, 디지털 자아의 최초 구현이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싸이월드는 빠르게 추락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지 않은 UI, 폐쇄적인 구조, 느린 혁신, 그리고 경쟁사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글로벌 확장에 밀려 이용자는 급감했다. 무엇보다 ‘..

브랜드 흥망성쇠 (6) 버디버디, 왕좌에서 추락하다

1. 버디버디의 몰락 – 채팅 메신저의 왕좌에서 추락한 이유2000년대 초반, 10대들의 필수 메신저는 단연 버디버디였다. 아바타, 미니홈피, 배경음악, 대화방 등 다양한 기능으로 유행을 선도했고,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친구 맺기'와 '쪽지 보내기'는 일상이었다. 네이트온이나 MSN 메신저보다 더 감성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지닌 이 플랫폼은 당시 Z세대의 전 세대인 10대들에게 인터넷 사회성의 첫 경험이자 놀이 공간이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버디버디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PC 기반 메신저는 순식간에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버디버디는 모바일 전환에 실패했고, 폐쇄적 구조와 관리 부재, 불법 대화방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

브랜드 흥망성쇠 (5) 크록스의 귀환

1. 크록스의 몰락 –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외면받은 실용성2000년대 초반, 크록스는 마치 혜성처럼 등장했다. 통풍이 잘되는 폼 소재와 한눈에 보아도 독특한 외관은 여름철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발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병원 종사자, 요식업 종사자, 노년층 등 편안함과 기능을 우선시하는 소비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 신발은 곧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못생긴 신발’,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주류 소비자층,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고 구시대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디자인의 독창성은 기능성과 충돌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심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유행이 지나자마자 브랜드 정체성조차 애매해졌다. 편안하지만 스타일은 없는 브랜드. 기능은 좋지만 더 이상 ..

브랜드 흥망성쇠 (4) 폴라로이드, 복고 감성으로 부활하다

1. 폴라로이드의 몰락 –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희생양한때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즉석카메라의 대명사, 폴라로이드는 2001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몰락은 단순한 유행의 끝이 아닌, 디지털 기술의 물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과거형 기술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필름 없이 사진을 즉석에서 출력할 수 있는 기술은 20세기 후반 큰 혁신이었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그 매력은 빠르게 퇴색되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아날로그 감성보다 편의성과 화질을 원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실시간 공유 문화가 주류가 되자, 폴라로이드는 존재 이유를 잃었다. 하지만 폴라로이드의 몰락은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핵심 원인이었다. 브랜드는 강했지만,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