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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성쇠 (9) LG 스마트폰 역사의 뒤안길로

fresh-info 2025. 4. 30. 05:36

브랜드 흥망성쇠 (8) LG 스마트폰 역사의 뒤안길로

 

1. LG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 – 기술력은 있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

LG전자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 주자 중 하나였다. 옵티머스 시리즈, G 시리즈, V 시리즈 등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였고, 특히 세계 최초 곡면 스마트폰, 모듈형 스마트폰, 듀얼 스크린 등 실험적인 시도는 IT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문제는 제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아니라, 브랜드 포지셔닝과 일관된 방향성 부족이었다.

 

삼성과 애플이 각각 ‘고급형 시장’과 ‘생태계 중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LG는 고급형도, 실속형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머물렀다. 제품 주기가 빨랐고, 소비자 피드백이 반영되기 전에 신제품이 나오는 등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결국 2021년 LG전자는 공식적으로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약 26년간 이어온 모바일 사업의 막을 내리게 됐다. 한때 세계 3위였던 브랜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순간이었다.


2. 철수 이후의 전략 – 브랜드 자산의 다른 방향 활용

LG는 단순히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를 치밀하게 계획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 생산을 멈추더라도, 그간 축적한 모바일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었다. LG는 기존 기술을 가전과 IT 제품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듀얼 스크린 UI,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은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 TV, IoT 제품 등에 자연스럽게 이전되었다.

 

특히 ‘LG 모바일’이라는 브랜드는 공식적으로 철수했지만, 그 하위 브랜드였던 ‘V’, ‘G’, ‘Wing’ 등의 기술적 실험정신은 기업 이미지 고도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예를 들어, V시리즈에서 강조했던 고음질 오디오 기능은 이후 LG 사운드바나 무선 이어폰 제품군의 홍보 포인트로 전환되었다. LG는 스마트폰 철수를 단절이 아니라 기술 재배치로 받아들였고,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그 기술의 흐름을 끊기지 않은 채 느낄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브랜드를 재활용했다.


3.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 침체가 아닌 재정비

LG가 스마트폰을 포기한 이후 글로벌 평판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계기로 핵심 사업에 집중한 LG전자는 2022~2023년 오히려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경영 효율화의 대표 사례로 다뤄졌고, 시장에서는 ‘과감한 포기’가 오히려 브랜드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한 철수 이후에도 LG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AS 지원을 몇 년간 지속하며, 소비자 신뢰를 끝까지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떠난 브랜드’가 아니라, 책임을 다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남겼고, 향후 새로운 디바이스 시장 진입에 유리한 기반이 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LG전자의 기술력은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홈, EV 부품,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서 재조명되었고, 결과적으로 모바일 철수는 LG의 하락이 아닌 리브랜딩의 기점으로 작용했다.


4. 브랜드 활용의 교훈 – 철수는 끝이 아니라 자산의 재배치

LG 스마트폰 사업의 종료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이 사례는 브랜드가 어떻게 사업 축소 후에도 자산을 활용하고, 전략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철수 후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거나, 해당 영역에서의 인지도 하락을 경험한다. 하지만 LG는 기술력과 브랜드 유산을 타 부문에 효과적으로 연결하며, 스마트폰이 사라졌어도 브랜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방식은 향후 디지털 하드웨어 기업이나 제조 기반 브랜드에게 유효한 전략 모델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살리려 애쓰는 것보다, 잘못된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핵심 강점을 다른 곳으로 전이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는 실패를 인정하고, 그 실패를 자산화한 사례다. 브랜드가 처한 위기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창출할 수 있다면, 철수는 끝이 아니라 진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