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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성쇠 (4) 폴라로이드, 복고 감성으로 부활하다

fresh-info 2025. 4. 30. 00:10

브랜드 흥망성쇠 (4) 폴라로이드, 복고 감성으로 부활하다

 

1. 폴라로이드의 몰락 –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희생양

한때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즉석카메라의 대명사, 폴라로이드는 2001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몰락은 단순한 유행의 끝이 아닌, 디지털 기술의 물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과거형 기술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필름 없이 사진을 즉석에서 출력할 수 있는 기술은 20세기 후반 큰 혁신이었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그 매력은 빠르게 퇴색되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아날로그 감성보다 편의성과 화질을 원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실시간 공유 문화가 주류가 되자, 폴라로이드는 존재 이유를 잃었다.

 

하지만 폴라로이드의 몰락은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핵심 원인이었다. 브랜드는 강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잃었다. ‘추억’이라는 감성 자산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현재’에 맞게 번역하지 못한 것이다.


2. 부활의 서막 –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와 복고 전략

폴라로이드의 부활은 외부에서 시작됐다. 2008년, 네덜란드의 ‘더 임파서블 프로젝트(The Impossible Project)’가 구형 폴라로이드 카메라용 필름 생산을 재개하면서 팬층 중심의 부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후 2017년, 이 프로젝트는 폴라로이드 브랜드를 인수하고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핵심은 복고가 아닌 리브랜딩이었다. 단순한 재출시는 효과가 없었다. 그들은 제품을 아예 새롭게 설계했고, 디자인을 현대화하면서도 감성은 그대로 유지했다. 레트로한 디자인, 한정판 컬러, 감성적 광고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이 부활 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것. 둘째, 즉석 사진을 ‘결과물’이 아닌 ‘경험’으로 소비하도록 브랜드 스토리를 바꾼 것이다. 사진을 찍고 바로 인화되는 그 짧은 순간을 ‘감성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포장하는 데 집중했다. 이 전략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 감성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3. Z세대 타깃팅 – 경험소비와 SNS 콘텐츠화 전략

폴라로이드는 부활 과정에서 철저하게 Z세대 소비 성향에 맞춘 콘텐츠 전략을 펼쳤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도,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향수와 호기심이 강한 세대다. 폴라로이드는 이 점을 활용해, 즉석카메라를 ‘레트로 체험 키트’로 포지셔닝했다. 주요 마케팅 채널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이었고, 감성적인 영상 콘텐츠와 ‘감성 일기’ 같은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렸다.

 

더불어 폴라로이드는 사진의 품질이 아닌 ‘필터 없는 진짜 순간’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이는 디지털 피로감에 지친 Z세대의 심리와 맞닿아 있었고, ‘폴라로이드로 찍는 순간은 연출이 아니라 기억 그 자체’라는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포장된 경험을 판매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폴라로이드는 단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Z세대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4. 브랜드 회복의 교훈 – 감성을 자산으로 전환한 성공 사례

폴라로이드의 부활은 브랜드 회복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의 가치를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한 점이 주효했다. 이들은 자사의 핵심 자산인 ‘아날로그 감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과 세대를 공략했고, 이는 ‘낡은 브랜드’가 ‘힙한 브랜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질은 바꾸지 않되, 전달 방식은 철저히 현대화한 전략이 브랜드 부활의 핵심이다.

 

이 사례는 오늘날 많은 브랜드들에게 큰 통찰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도태된 브랜드라 해도, 그 브랜드가 담고 있는 ‘정체성 자산’이 분명하다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새롭게 전달할 수 있다. 특히 경험소비와 감성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Z세대 시장에서는 이러한 감성적 자산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폴라로이드는 이를 입증해낸 대표적인 ‘감성 비즈니스의 승자’이며, 과거의 향수를 새로운 경험으로 환생시킨 성공적인 문화 재해석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