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 케이스 스터디

브랜드 흥망성쇠 (12) 현재 진형형인 파리바게뜨

fresh-info 2025. 4. 30. 22:17

브랜드 흥망성쇠 (12) 현재 진형형인 파리바게뜨

1. 파리바게뜨의 전성기와 브랜드 포지셔닝

파리바게뜨는 1988년 설립 이후, 한국 베이커리 시장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동네 빵집이 줄어들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확장되던 시점에서, 파리바게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일상적인 브랜드로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생크림 케이크, 바게뜨, 단팥빵, 고로케 등 한국인 입맛에 맞춘 제품 라인업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이 되었고, 전국 곳곳에 위치한 점포 수는 곧 브랜드의 신뢰도를 상징했다.

 

특히 1990~2000년대 초반, 파리바게뜨는 ‘데이트 장소’, ‘시험 끝나고 들르는 빵집’, ‘엄마가 사오던 생일 케이크’ 등 청춘의 기억과 맞닿아 있었다. 이 시기 브랜드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브랜드의 인식은 점차 정체되기 시작했다. 트렌디함보다 보수적, 익숙함보다 진부하다는 이미지가 생겨났고, 디저트 문화가 고도화되면서 개성 있는 소형 브랜드들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2. 브랜드 정체성의 위기 – 신세대의 외면

2010년대 중후반, 파리바게뜨는 MZ세대의 디저트 문화에서 점차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SNS를 중심으로 한 ‘인스타그래머블한’ 경험, 독특한 맛, 시각적 자극을 중시했고, 개별 베이커리 브랜드들이 소수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성장해 나갔다. 파리바게뜨는 여전히 전국 매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유지했지만, 소비자의 감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브랜드가 가진 '보편성'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특정한 색깔이 없다는 인식은 차별화된 브랜드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렸고, ‘어디에나 있지만, 특별하진 않은’ 브랜드가 되어갔다.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신뢰받았지만, 젊은 소비자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를 원했고, 파리바게뜨는 이 새로운 감성의 흐름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매출은 유지됐지만, 브랜드 감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3. 리브랜딩 전략 – 익숙함을 트렌디하게 바꾸다

파리바게뜨는 위기를 감지하고, 2020년대 들어 적극적인 리브랜딩에 나섰다. 핵심 전략은 ‘브랜드 감성의 재포장’이었다. 매장 인테리어를 전면적으로 리뉴얼하고, 음료와 디저트 라인에 트렌디한 요소를 추가했다. 특히 ‘카페형 매장’, ‘한정판 메뉴’, ‘이색 협업 제품’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늘려갔다. 이전에는 없었던 고감도 비주얼 마케팅, SNS 캠페인, 시즌 한정 굿즈 등이 MZ세대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정판 곰표 협업 제품, 키치한 디자인을 입힌 포장지, 캐릭터 마케팅 등이 있다. 또한 ‘고급화’와 ‘일상성’을 동시에 겨냥한 상품 라인업은 단가 상승과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정통 디저트'보다는 '트렌디한 간식'으로 포지셔닝을 조정하며, 파리바게뜨는 다시 한 번 문화적 존재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4. 브랜드 회복의 본질 – 기억과 현재를 연결하는 설계

파리바게뜨의 리브랜딩 성공은 단순히 외형을 바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는 과거의 감성과 기억을 유지한 채, 그 의미를 현재의 맥락에 맞게 해석했다. 과거의 추억을 상징하는 제품들은 여전히 메뉴에 남아 있지만, 새로운 디자인과 패키지,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 시절 감성’을 현대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브랜드가 시간을 건너뛰는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한 결과였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에 두터운 팬층을 남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추억을 가진 중장년층과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세대 모두가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균형 있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이었다. 파리바게뜨는 다시 ‘모두의 빵집’이 아니라, ‘모두에게 의미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브랜드 부활의 핵심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소재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는 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