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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성쇠 (18) 리바이스의 추락과 부활

1. 전 세계가 사랑했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추락리바이스는 세계 최초의 청바지 브랜드이자, 20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 중 하나였다. 501 모델은 단순한 의복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청춘’과 ‘자유’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리바이스를 착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리바이스의 위상은 급속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디자인의 고루함, 트렌드에 뒤처진 상품 구성, 가격 대비 낮은 감성 만족도 등 다양한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건, ‘리바이스 = 청바지’라는 이미지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 점이었다. 저가 SPA 브랜드들의 대거 등장과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들의 확산 속에서 리바이스는 포지셔닝을 잃었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리바이스는 이..

브랜드 흥망성쇠 (17) 뉴발란스 AZ에서 MZ로

1. 뉴발란스의 한때 이미지 – 기능성 중심의 ‘아재 브랜드’뉴발란스는 원래 러닝화 전문 브랜드로 시작했으며, 미국 제조 기반의 견고한 품질과 편안한 착화감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2000년대까지는 주로 중년 남성층, 운동 애호가들 사이에서 실용적인 신발로 통했으며, 디자인보다는 기능성과 내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고 투박한 운동화’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특히 브랜드 로고인 ‘N’은 인지도는 있었지만, 패션적 상징성은 약했고, 나이키·아디다스·컨버스 등과 비교해 트렌디함에서는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뉴발란스는 시장점유율은 유지했지만, 감성적 매력이나 소셜미디어 기반 확산력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 시기의 뉴발란스는 철저히 ‘기능 중심 브랜드’였고, 젊은 소비..

브랜드 흥망성쇠 (16) 유니클로의 위기 극복 방식

1. 유니클로의 위기 – 정치적 이슈가 불러온 소비자 외면유니클로는 2010년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SPA 브랜드였다. 합리적인 가격, 안정적인 품질, 계절별로 업데이트되는 기초 의류 중심의 라인업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다. 특히 히트텍, 에어리즘 등의 기술 기반 기능성 제품은 큰 인기를 끌며 ‘기본템은 유니클로’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및 역사 인식 관련 발언 등으로 촉발된 불매운동은 유니클로에 직격탄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가성비' 하나로 승승장구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과 윤리성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면서 유니클로는 빠르게 외면받았다. 일부 점포는 문을 닫았고, 매장 앞에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온라인 상에서도 대체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유니..

브랜드 흥망성쇠 (15) 패션 브랜드 H&M의 생존 스토리

1. 패스트패션의 상징 H&M, 재고에 무너진다H&M은 패스트패션의 대표 주자로 2000년대 전 세계를席권했다. 빠른 상품 회전율과 저렴한 가격,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ZARA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고, 2010년대 중반까지는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요 예측 실패, 과잉 생산, 트렌드 변화에 대한 반응 지연 등으로 인해 막대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2018년, H&M은 약 40억 달러 규모의 미판매 재고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위기의 서막을 알렸다. 과잉 재고 문제는 단순히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패스트패션이 가진 ‘저렴하고 빠른 소비’는 점차 환경파괴, 노동 착취 등의 문제로 이어졌고, H&M은 그 ..

브랜드 흥망성쇠 (14) 갭 (GAP)의 몰락과 부활

1. 한때 모든 미국인의 브랜드였던 GAP의 몰락갭(GAP)은 1990년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의류 브랜드였다. ‘깔끔한 기본 스타일’이라는 정체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어냈고, 미국 중산층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특히 고급도 저가도 아닌 ‘합리적 가격에 기본을 잘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유니클로보다 먼저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모델을 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GAP의 브랜드 감도는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트렌드에 둔감한 디자인, 애매한 가격 포지션, 소비자의 정체성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브랜드 전략이 겹치며 GAP은 ‘촌스럽고 식상한 브랜드’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패션 산업 전..

브랜드 흥망성쇠 (13) 편의점 CU와 GS25의 재기

1. 하이락의 등장과 실패 – 도시락 시장의 조기 진입자2000년대 초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당시 소비자에게 도시락은 ‘급할 때 먹는 저렴한 음식’의 이미지가 강했고, 맛이나 퀄리티보다는 가격 중심으로 선택되었다. 이때 등장한 브랜드가 하이락이었다. 하이락은 ‘건강한 도시락’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일찍이 프리미엄 전략을 시도했다. 채소 중심의 메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용기 디자인, 가볍고 영양 밸런스가 맞는 구성 등은 분명 시대를 앞선 시도였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 인식은 여전히 ‘싸고 배부르면 된다’에 머물러 있었고, 하이락의 고가 전략은 시장과 어긋났다. 유통망 역시 제한적이었고, 대형 편의점과의 협업이 아닌 독립 유통망을 유지하면서 매장 접근성이 떨어졌다. 브랜..

브랜드 흥망성쇠 (12) 현재 진형형인 파리바게뜨

1. 파리바게뜨의 전성기와 브랜드 포지셔닝파리바게뜨는 1988년 설립 이후, 한국 베이커리 시장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동네 빵집이 줄어들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확장되던 시점에서, 파리바게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일상적인 브랜드로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생크림 케이크, 바게뜨, 단팥빵, 고로케 등 한국인 입맛에 맞춘 제품 라인업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이 되었고, 전국 곳곳에 위치한 점포 수는 곧 브랜드의 신뢰도를 상징했다. 특히 1990~2000년대 초반, 파리바게뜨는 ‘데이트 장소’, ‘시험 끝나고 들르는 빵집’, ‘엄마가 사오던 생일 케이크’ 등 청춘의 기억과 맞닿아 있었다. 이 시기 브랜드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브랜드의 인식은..

브랜드 흥망성쇠 (11) 프리챌 -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초

1. 프리챌의 전성기 –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작을 열다프리챌은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를 이끈 대표 플랫폼이었다. 동호회 기반 구조는 이용자들이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모일 수 있게 했고, 게시판, 채팅, 사진첩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기능들이 유저들의 소속감을 끌어냈다. 싸이월드가 개인 중심이었다면, 프리챌은 집단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문화 초기에 ‘프리챌 동호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졌고, 회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프리챌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큰 실책은 2002년, 갑작스런 유료화 정책이었다. 기존 무료로 운영되던 커뮤니티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유료로 전환되자, 이용자들의 ..

브랜드 흥망성쇠 (10) 모나미 볼펜의 화려한 귀환

1. 국민 볼펜의 몰락 – ‘모나미 153’이 지워진 시간모나미는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손에 들린 최초의 대중형 볼펜 브랜드였다. 특히 ‘모나미 153’은 가격, 품질, 내구성 모두에서 시대를 초월한 제품으로, 사무실, 학교, 가정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점차 존재감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해외 브랜드들의 고급 필기구가 수입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저가 문구류는 중국산 제품에 밀렸다.게다가 디지털화로 인해 필기 문화 자체가 줄어들면서, 볼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다. 브랜드는 점점 과거의 유산으로 여겨졌고, 젊은 세대에게 모나미는 “옛날에 쓰던 것”으로 인식되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모나미는 몇 차례 신제품 출시를 시도했지만 시장의..

브랜드 흥망성쇠 (9) LG 스마트폰 역사의 뒤안길로

1. LG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 – 기술력은 있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LG전자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 주자 중 하나였다. 옵티머스 시리즈, G 시리즈, V 시리즈 등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였고, 특히 세계 최초 곡면 스마트폰, 모듈형 스마트폰, 듀얼 스크린 등 실험적인 시도는 IT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문제는 제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아니라, 브랜드 포지셔닝과 일관된 방향성 부족이었다. 삼성과 애플이 각각 ‘고급형 시장’과 ‘생태계 중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LG는 고급형도, 실속형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머물렀다. 제품 주기가 빨랐고, 소비자 피드백이 반영되기 전에 신제품이 나오는 등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