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8

브랜드 흥망성쇠 (8) 보루네오 가구 케이스에서 배워야 할 점

1. 한 시대를 풍미한 보루네오가구 – 국민 브랜드의 몰락 보루네오가구는 1971년 설립 이후, ‘중산층의 가구’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1980~90년대 한국 가구 시장을 지배했다. 합리적인 가격, 무난한 디자인, 내구성 좋은 품질 덕분에 침실, 거실, 사무용 가구까지 전방위적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한때 가정집에서 사무실, 학교까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였고, "가구는 곧 보루네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브랜드 인지도와 대중성이 높았던 만큼,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보루네오가구는 빠르게 하락세를 탔다. 새로운 감성 가구 브랜드들의 등장,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진출, 온라인 유통 플랫폼 확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

브랜드 흥망성쇠 (7) 싸이월드, 그 추억 속으로

1. 싸이월드의 영광과 몰락 – 감성 플랫폼의 전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SNS 플랫폼, 싸이월드는 2000년대를 풍미했다. ‘일촌’, ‘미니홈피’, ‘BGM’, ‘도토리’ 등은 당시 젊은 세대의 일상 속 깊이 자리 잡았고, 싸이월드에서 친구를 사귀고 감정을 표현하며 디지털 감성을 나누는 문화가 형성됐다. 특히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사진과 글을 올리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싸이월드는 단순한 SNS가 아니라, 디지털 자아의 최초 구현이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싸이월드는 빠르게 추락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지 않은 UI, 폐쇄적인 구조, 느린 혁신, 그리고 경쟁사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글로벌 확장에 밀려 이용자는 급감했다. 무엇보다 ‘..

브랜드 흥망성쇠 (6) 버디버디, 왕좌에서 추락하다

1. 버디버디의 몰락 – 채팅 메신저의 왕좌에서 추락한 이유2000년대 초반, 10대들의 필수 메신저는 단연 버디버디였다. 아바타, 미니홈피, 배경음악, 대화방 등 다양한 기능으로 유행을 선도했고,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친구 맺기'와 '쪽지 보내기'는 일상이었다. 네이트온이나 MSN 메신저보다 더 감성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지닌 이 플랫폼은 당시 Z세대의 전 세대인 10대들에게 인터넷 사회성의 첫 경험이자 놀이 공간이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버디버디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PC 기반 메신저는 순식간에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버디버디는 모바일 전환에 실패했고, 폐쇄적 구조와 관리 부재, 불법 대화방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

브랜드 흥망성쇠 (5) 크록스의 귀환

1. 크록스의 몰락 –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외면받은 실용성2000년대 초반, 크록스는 마치 혜성처럼 등장했다. 통풍이 잘되는 폼 소재와 한눈에 보아도 독특한 외관은 여름철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발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병원 종사자, 요식업 종사자, 노년층 등 편안함과 기능을 우선시하는 소비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 신발은 곧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못생긴 신발’,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주류 소비자층,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고 구시대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디자인의 독창성은 기능성과 충돌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심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유행이 지나자마자 브랜드 정체성조차 애매해졌다. 편안하지만 스타일은 없는 브랜드. 기능은 좋지만 더 이상 ..

브랜드 흥망성쇠 (4) 폴라로이드, 복고 감성으로 부활하다

1. 폴라로이드의 몰락 –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희생양한때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즉석카메라의 대명사, 폴라로이드는 2001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몰락은 단순한 유행의 끝이 아닌, 디지털 기술의 물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과거형 기술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필름 없이 사진을 즉석에서 출력할 수 있는 기술은 20세기 후반 큰 혁신이었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그 매력은 빠르게 퇴색되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아날로그 감성보다 편의성과 화질을 원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실시간 공유 문화가 주류가 되자, 폴라로이드는 존재 이유를 잃었다. 하지만 폴라로이드의 몰락은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핵심 원인이었다. 브랜드는 강했지만, 시대..

브랜드 흥망성쇠 (3) 블랙베리의 몰락과 부활

1. 블랙베리 몰락의 시작 – 스마트폰 시대의 잊힌 챔피언한때 블랙베리는 전 세계 비즈니스맨의 상징이었다. 키보드가 달린 견고한 디자인, 강력한 이메일 동기화 기능, 그리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모바일 보안성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블랙베리를 선택하는 결정적 이유였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은 터치스크린 기반의 iOS·안드로이드 양강 구도로 급변했다. 블랙베리는 물리 키보드와 자체 OS에 집착한 결과, 변화에 둔감한 ‘늙은 브랜드’로 낙인찍혔고, 결국 2016년 자사 스마트폰 제조 사업을 철수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블랙베리의 몰락은 단순한 제품 실패가 아니라, 기술 전환기에 적절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조직 구조의 한계였다. ‘기업용 시장’이라는 틈새에 안주한 채 대중성과..

브랜드 흥망성쇠 (2) 일본 건담 프라모델 시장의 힘

1. ‘프라모델’ 그 이상의 문화 자산, 건담의 세계적 확산건담 프라모델, 흔히 ‘건프라’로 불리는 이 조립 완구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979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은 일본 내 SF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프라모델 상품은 반다이의 전략적 기획에 의해 출시되었다. 이 제품은 단순히 조립 후 진열하는 완구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손으로 조립하고 색칠하며 자신의 스타일대로 완성하는 창작의 경험을 제공했다.특히 2000년대 이후 일본 외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건프라는 미국, 동남아, 유럽 등지의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POP 컬처’와 ‘DIY 문화’의 확산은 건프라를 세계적인 창작 소비재로 끌..

브랜드 흥망성쇠 (1) 토이저러스는 어떻게 망하고 부활했는가

1.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 기업의 전성기와 위기토이저러스 전성기, 유통 구조, 온라인 전환 실패 토이저러스(Toys“R”Us)는 한때 전 세계 장난감 유통의 중심이자, 소매 업계의 상징적인 브랜드였다. 1957년 미국 뉴저지에서 시작된 이 기업은 '토이 슈퍼마켓'이라는 혁신적 개념을 도입해 빠르게 성장했다. 1980년대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며 정점을 찍었고, 아이들에게는 '꿈의 공간', 부모에게는 '안전한 쇼핑처'로 인식됐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아마존, 월마트 등 대형 리테일러들이 온라인 쇼핑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토이저러스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특히 아마존과의 독점 온라인 유통 계약(20002006)은 결과적으로 자사 플랫폼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