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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성쇠 (18) 리바이스의 추락과 부활

fresh-info 2025. 5. 2. 09:15

 

브랜드 흥망성쇠 (18) 리바이스의 추락과 부활

1. 전 세계가 사랑했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추락

리바이스는 세계 최초의 청바지 브랜드이자, 20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 중 하나였다. 501 모델은 단순한 의복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청춘’과 ‘자유’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리바이스를 착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리바이스의 위상은 급속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디자인의 고루함, 트렌드에 뒤처진 상품 구성, 가격 대비 낮은 감성 만족도 등 다양한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건, ‘리바이스 = 청바지’라는 이미지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 점이었다. 저가 SPA 브랜드들의 대거 등장과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들의 확산 속에서 리바이스는 포지셔닝을 잃었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리바이스는 이제 아저씨 브랜드”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미국 본사도 수익 악화와 대규모 점포 철수를 반복했고, 브랜드는 생존을 위한 변화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2. 리바이스의 전략적 전환 – 빈티지 감성과 친환경 가치

리바이스의 부활은 제품부터가 아닌, 정체성의 재정립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브랜드의 뿌리를 ‘오리지널 데님’으로 삼고, 과거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가치를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하려 했다. 501, 505, 517 등 클래식 모델을 중심으로 ‘빈티지 리바이스’라는 감성을 재구성했고, 80~90년대 스타일을 반영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며 Z세대까지 타깃층을 확장했다.

 

특히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리바이스는 ‘Water<Less 기술’, 유기농 면 사용, 지속 가능한 염색 공정 등 친환경 데님 전략을 앞세웠다. 과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이제는 ‘환경과 함께 진화하는 브랜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는 단순한 제품 특성을 넘어, 브랜드가 갖는 철학의 전환이기도 했다. 트렌드가 아닌 태도 변화가 리바이스 회복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3. 유통과 마케팅의 이중 구조 혁신

제품만 바꿔선 부족했다. 리바이스는 유통 구조도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이전에는 백화점, 대형 쇼핑몰 중심의 판매 채널에 의존했지만, 최근엔 D2C(Direct to Consumer)를 강화하고, 온라인 스토어와 SNS 기반 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전환했다. 인플루언서 협업, 스타일링 콘텐츠 제작,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보했고, 브랜드를 다시 ‘소비자가 찾는 플랫폼’으로 재구성했다.

 

이와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도 감성적으로 리뉴얼했다. 단순히 옷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청바지의 역사와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하며 브랜드 감도를 높였다. 특히 플래그십 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전시형 매장은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리바이스는 유통 채널을 제품과 마케팅의 일부로 통합시켜, 브랜드 전체의 흐름을 일관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4. 리바이스 부활의 본질 – 시대를 해석하는 힘

리바이스는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대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 즉 청바지를 기반으로 한 정체성을 지키되, 그것을 오늘날의 문화와 가치에 맞게 표현해낸 것이다. 그들은 과거의 영광에 기대지 않고, 과거의 철학을 오늘의 언어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고, 그것이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리바이스의 부활은 특정 상품의 성공이 아니라, 브랜드가 전체적으로 가진 ‘맥락’을 재조정한 결과였다. 패션은 단순히 옷이 아니라 태도이고, 철학이며, 정체성이다. 리바이스는 그 점을 가장 정확히 이해한 브랜드 중 하나로 다시 평가받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무너졌을 때 필요한 것은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정체성의 재해석임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