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뉴발란스의 한때 이미지 – 기능성 중심의 ‘아재 브랜드’
뉴발란스는 원래 러닝화 전문 브랜드로 시작했으며, 미국 제조 기반의 견고한 품질과 편안한 착화감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2000년대까지는 주로 중년 남성층, 운동 애호가들 사이에서 실용적인 신발로 통했으며, 디자인보다는 기능성과 내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고 투박한 운동화’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특히 브랜드 로고인 ‘N’은 인지도는 있었지만, 패션적 상징성은 약했고, 나이키·아디다스·컨버스 등과 비교해 트렌디함에서는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뉴발란스는 시장점유율은 유지했지만, 감성적 매력이나 소셜미디어 기반 확산력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 시기의 뉴발란스는 철저히 ‘기능 중심 브랜드’였고, 젊은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는 명확한 전략은 없었다.
2. 감성 재포지셔닝 – ‘촌스러움’을 개성으로
뉴발란스의 반전은 역설적이게도 ‘촌스러움’ 자체를 정면으로 수용한 데서 시작됐다. 990·993·2002R 등의 클래식 모델을 앞세워 ‘레트로 러닝화’라는 새로운 패션 코드를 제시했고, 이를 패션 인플루언서, 셀럽,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감각적으로 포장했다. 기존에 ‘촌스럽다’던 디자인은 오히려 ‘빈티지’하고 ‘힙’한 요소로 재해석되었고, 이는 MZ세대의 ‘꾸안꾸’ 스타일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특히, 뉴발란스는 런던, 서울, 뉴욕 등 트렌디한 도시 문화를 반영한 로컬 캠페인을 병행하며, 글로벌 브랜딩에도 로컬 감성을 녹였다. 이는 단순한 제품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가 ‘어떻게 읽히느냐’를 바꾸는 전략이었다. 또한 ‘마라톤의 정석’ 같은 기능성 이미지도 완전히 버리진 않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감성의 외연을 확장해 나갔다.
3. 콜라보와 커뮤니티 전략 – 젊은 세대와의 접점 만들기
뉴발란스는 브랜드 부활 과정에서 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조던처럼 특정 스포츠 스타와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유스 컬처와 스트리트 패션의 교차점에 있는 브랜드들과 연속적인 콜라보를 이어갔다. 조프레시굿스, 스트레이 랏츠, 에임 레온 도르(Aimé Leon Dore)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은 뉴발란스를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문화를 입은 스니커즈’로 만들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 패션 관련 서브레딧, 인스타그램 리그램 페이지, 유튜브 리뷰어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소문 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는 무리한 광고비 투입 없이도 뉴발란스가 회복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뉴발란스는 소비자가 신는 이유를 브랜드가 설명하기보다는, 소비자 스스로가 정체성을 부여하도록 자기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을 취했다.
4. 브랜드 부활의 핵심 – 철학은 유지하고, 표현만 바꿔라
뉴발란스의 사례는 기능 중심 브랜드도 감성적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건 브랜드의 본질은 바꾸지 않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시대에 맞춰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뉴발란스는 여전히 실용적이고 튼튼한 신발을 만든다. 그러나 이제 그 신발은 패션으로서도, 정체성 표현으로서도 가치를 가진다. 브랜드는 과거의 약점을 고치는 대신, 그것을 그대로 자산화했고, 새로운 해석의 틀 안에서 감성적으로 재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된 것은 꾸준함과 일관성이다. 뉴발란스는 단발성 히트 상품이나 이벤트보다,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 브랜드 구조를 지향했다. 그리고 그것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안겼다. 감성 브랜딩이 성공하려면 결국 제품과 말이 일치해야 하며, 뉴발란스는 이 원칙을 지킨 브랜드였다. 변화는 겉에서 시작됐지만, 신뢰는 깊은 곳에서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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