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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성쇠 (2) 일본 건담 프라모델 시장의 힘

fresh-info 2025. 4. 29. 22:05

브랜드 흥망성쇠 (2) 일본 건담 프라모델 시장의 힘

 

 

1. ‘프라모델’ 그 이상의 문화 자산, 건담의 세계적 확산

건담 프라모델, 흔히 ‘건프라’로 불리는 이 조립 완구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979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은 일본 내 SF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프라모델 상품은 반다이의 전략적 기획에 의해 출시되었다. 이 제품은 단순히 조립 후 진열하는 완구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손으로 조립하고 색칠하며 자신의 스타일대로 완성하는 창작의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일본 외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건프라는 미국, 동남아, 유럽 등지의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POP 컬처’와 ‘DIY 문화’의 확산은 건프라를 세계적인 창작 소비재로 끌어올렸다. 현재는 전문 매장, 온라인 커뮤니티, 국제 대회까지 생겨나며 ‘장난감’ 그 이상의 문화적 가치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된 상태다.


2. 팬심에서 시작된 산업: 프라모델 시장의 성장 구조

건프라 산업은 전통적인 장난감 산업과는 다른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팬덤 기반의 반복 소비 구조가 강력하다. 초심자용 ‘Entry Grade’, 중급자용 ‘High Grade’, 전문가용 ‘Master Grade’와 ‘Perfect Grade’까지 다양한 수준의 제품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이러한 등급 구조는 팬들이 일정한 주기로 다음 단계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또한 조립뿐 아니라 도색, 개조, 디오라마 제작 등 부가 활동이 자연스럽게 뒤따르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해당 활동들이 공유되고 전파된다.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구조인 만큼, 브랜드는 마케팅 없이도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동시에 유저층의 충성도 역시 높아진다. 이러한 점에서 건프라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팬의 시간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창작 산업이라 할 수 있다.


3. 컬렉터들의 조용한 전쟁 – 조립, 보관, 거래의 경제성

건프라는 수집가들의 조용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일부 한정판 제품이나 단종된 모델은 출시 당시 가격의 몇 배에 이르는 중고 시세를 기록하기도 하며, 미개봉 박스 상태의 제품은 컬렉터 사이에서 특히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일부 마니아층은 이를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장기 투자 자산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런 경제적 흐름은 중고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희소성이 있는 모델일수록 거래가 활발하며, 일본 및 한국의 일부 전문 판매자들은 매입-보관-재판매를 반복해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추기도 했다. 반다이 또한 이를 인식하고 리미티드 모델이나 이벤트 한정판을 정기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이제 건프라는 단순히 조립하고 진열하는 취미에서 나아가, 자산적 가치가 부여된 ‘가치 있는 소비재’로 진화하고 있다.


4. 조용하지만 확실한 기회: 콘텐츠 산업과 연계된 미래 전망

최근 건프라는 단순한 실물 조립을 넘어서 디지털 콘텐츠와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반다이는 VR 조립 체험, 디지털 전시회, NFT 기반 한정판 판매 등의 실험을 이어가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팬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프라모델이라는 오프라인 중심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확장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수집’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실물과 디지털을 병행한 제품군은 향후 중요한 수익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 콘텐츠, 3D 프린팅 파일 공유, 메타버스 기반 전시 플랫폼 등은 건프라 팬덤이 더욱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제품 소비를 넘어서 브랜드 자체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