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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성쇠 (15) 패션 브랜드 H&M의 생존 스토리

fresh-info 2025. 5. 1. 01:25

브랜드 흥망성쇠 (15) 패션 브랜드 H&M의 생존 스토리

 

 

1. 패스트패션의 상징 H&M, 재고에 무너진다

H&M은 패스트패션의 대표 주자로 2000년대 전 세계를席권했다. 빠른 상품 회전율과 저렴한 가격,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ZARA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고, 2010년대 중반까지는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요 예측 실패, 과잉 생산, 트렌드 변화에 대한 반응 지연 등으로 인해 막대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2018년, H&M은 약 40억 달러 규모의 미판매 재고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위기의 서막을 알렸다.

 

과잉 재고 문제는 단순히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패스트패션이 가진 ‘저렴하고 빠른 소비’는 점차 환경파괴, 노동 착취 등의 문제로 이어졌고, H&M은 그 상징적 타깃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점점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를 중요시하게 되었고, H&M은 단기간에 기세를 회복하기 어려운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2. ESG 트렌드에 올라탄 변화 – 전략 전환의 서막

이 위기 속에서 H&M은 단순한 이미지 개선을 넘어서, 브랜드 정체성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핵심 키워드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였다. 환경 친화적 소재 사용, 생산 공정의 투명성, 윤리적 고용 기준 준수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브랜드 철학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옷 수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했고, 이를 통해 수거된 옷은 리사이클 제품으로 재가공하거나 에너지 연료로 활용되었다.

 

또한 H&M은 지속 가능성 라인인 ‘Conscious Collection’을 출시해, 환경 친화적 원단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컬렉션을 정례화했다.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환경 기여’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쇼핑 강화, 매장 내 스마트 거울 설치, 맞춤형 상품 제안 등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맞춤화 전략도 병행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했다.


3. 브랜드 이미지 회복 – 투명성과 소통이 핵심이었다

H&M의 부활 전략은 단지 제품이 아닌 ‘브랜드 신뢰’ 회복에 집중되어 있었다. ESG는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실제 운영 지표로 기능했다. H&M은 자사의 웹사이트와 매장에서 생산지, 소재, 탄소배출량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뢰 구축에 힘썼고, 이런 ‘정보 공개 방식’은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점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한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적극 활용하며, 패션뿐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속 가능한 옷 입기 챌린지’, 리사이클링 튜토리얼, 직영 공장 소개 영상 등은 단순한 광고를 넘어 ‘브랜드의 변화 의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결과적으로 H&M은 ‘가성비 브랜드’에서 ‘가치 소비 브랜드’로 이미지 전환을 꾀했고, 이는 젊은 소비자층의 긍정적 반응으로 이어졌다.


4. 교훈 –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

H&M의 사례는 단순히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브랜드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변화는 결국 ‘철학’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SG가 일회성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 사업운영의 기조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소비자도 이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H&M은 이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운영의 변화’를 브랜드 전략의 중심에 놓은 것이다.

 

이는 패션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 가능한 교훈이다. 문제를 단기적 실적으로 덮으려 하지 않고, 근본적 철학의 변화를 시도할 때 브랜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H&M은 여전히 완전한 회복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진심 어린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브랜드 부활의 첫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