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유니클로의 위기 – 정치적 이슈가 불러온 소비자 외면
유니클로는 2010년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SPA 브랜드였다. 합리적인 가격, 안정적인 품질, 계절별로 업데이트되는 기초 의류 중심의 라인업은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다. 특히 히트텍, 에어리즘 등의 기술 기반 기능성 제품은 큰 인기를 끌며 ‘기본템은 유니클로’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및 역사 인식 관련 발언 등으로 촉발된 불매운동은 유니클로에 직격탄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가성비' 하나로 승승장구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과 윤리성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면서 유니클로는 빠르게 외면받았다. 일부 점포는 문을 닫았고, 매장 앞에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온라인 상에서도 대체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유니클로는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2. 탑텐의 반사이익 – 애국 브랜드 전략의 상승세
유니클로의 위기 속에서 국내 SPA 브랜드 탑텐은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맞이했다. 탑텐은 ‘국산 SPA 브랜드’라는 상징성과 함께, 유니클로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기 위한 전방위적 확장을 단행했다. 주요 상권에 매장을 집중적으로 출점하고, 유사한 가격대와 상품 구성을 통해 유니클로 소비층을 흡수했다. 특히 ‘대한민국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마케팅은 불매운동 시기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탑텐의 반사이익은 일시적인 감정의 흐름에 기댄 측면도 있었다. 제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차별성보다는 ‘대체재’로서 선택된 경우가 많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브랜드만의 고유한 감성이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즉, 반사이익은 있었지만 브랜드로서의 자생력은 별개 문제였다. 이로 인해 탑텐은 이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3. 회복 전략 비교 – 정면돌파 vs 진화적 적응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이후에도 철수를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포를 정비하고, 로컬 마케팅 강화, CSR 활동 확대, SNS 중심의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모두의 일상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정치적 논쟁이 아닌 ‘제품의 본질’로 소비자와 다시 소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고령층, 실용적 소비를 지향하는 중년층을 겨냥해 핵심 타깃을 조정하는 전략도 병행되었다.
한편, 탑텐은 K패션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유니클로와 비슷한 ‘기초 의류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히 다지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컬러감 있는 기초 아이템, 패밀리 룩, 시즌별 대량 기획전 등을 통해 대중성과 실용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의 독립적인 세계관이나 감성 구축 면에서는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탑텐의 회복 전략은 수요 충족에는 성공했지만, 브랜드 차별화에는 도전 중인 셈이다.
4. 브랜드 회복의 핵심 – 감정이 아닌 신뢰로 이어져야 한다
탑텐과 유니클로의 경쟁은 단순히 ‘국내 vs 해외’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브랜드란 무엇인가, 그리고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전략적 질문이다. 유니클로는 정치적 위기 이후에도 일관된 제품 전략과 CSR을 통해 브랜드 신뢰를 서서히 회복하고 있으며, 탑텐은 국내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브랜드 회복은 일시적인 사건보다 장기적인 신뢰 관리와 경험 설계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는 실용성, 감성, 윤리성, 가격 등 복합적인 기준으로 브랜드를 평가한다. 유니클로가 외부 요인으로 흔들렸다면, 탑텐은 내부 콘텐츠의 빈약함을 극복해야 한다. 이 둘의 브랜드 회복 전쟁은 단순한 매출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둘러싼 구조적 게임이다. 그리고 이 싸움의 승자는 결국 브랜드의 정체성과 태도를 가장 잘 설계한 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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