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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성쇠 (5) 크록스의 귀환

fresh-info 2025. 4. 30. 01:12

브랜드 흥망성쇠 (5) 크록스의 귀환

 

1. 크록스의 몰락 –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외면받은 실용성

2000년대 초반, 크록스는 마치 혜성처럼 등장했다. 통풍이 잘되는 폼 소재와 한눈에 보아도 독특한 외관은 여름철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발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병원 종사자, 요식업 종사자, 노년층 등 편안함과 기능을 우선시하는 소비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 신발은 곧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못생긴 신발’,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주류 소비자층,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고 구시대적인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디자인의 독창성은 기능성과 충돌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심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유행이 지나자마자 브랜드 정체성조차 애매해졌다. 편안하지만 스타일은 없는 브랜드. 기능은 좋지만 더 이상 끌리지 않는 브랜드. 2010년대를 지나며 크록스는 한물간 브랜드로 전락했고, 대형 유통망 철수와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많은 이들은 크록스가 이대로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2. 부활의 기점 – 셀럽과의 협업, ‘못생김’을 마케팅하다

크록스의 반전은 예상과 달리 ‘못생김’을 피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됐다. 오히려 브랜드는 기존의 비호감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2017년을 전후로 크록스는 셀럽과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협업을 시도하며 새로운 이미지 만들기에 돌입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의 협업이다. 그의 이름이 붙은 크록스 한정판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었고, 이슈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런 협업들은 제품의 기능성과 디자인 모두를 강조하기보다, 크록스를 신는 ‘상징성’ 자체를 마케팅의 중심에 두는 방식이었다. 크록스를 신는다는 것은 더 이상 촌스럽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 취향을 당당히 드러내는 행위가 되었다. 젊은 층은 이 유쾌한 반전 메시지에 반응했고, 크록스는 패션 아이템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브랜드는 더 이상 실용성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문화 코드와 개성을 중심으로 ‘다시 유행하는 법’을 배운 셈이었다.


3. Z세대 공략 – 틱톡과 개성 표현 전략의 결합

크록스의 부활은 단순히 협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브랜드는 Z세대의 핵심 소비 패턴인 SNS를 철저히 분석했다. 틱톡을 중심으로 크록스를 신은 일상, 커스터마이징 장면, ‘Jibbitz’(장식 액세서리)를 꽂는 재미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가 자발적으로 생산되었다. 이는 광고보다 더 강력한 파급력을 발휘했고, 크록스를 둘러싼 이미지는 ‘촌스러움’에서 ‘귀엽고 재밌는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특히 크록스는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나만의 디자인을 만들고, 자신의 SNS에 공유하게 하는 흐름은 브랜드의 팬덤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Z세대는 특정 브랜드의 철학보다는, 그것을 활용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 크록스는 이 니즈를 간파했고, 개성의 표현 도구로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못생김'을 개성으로 전환시킨 전략은 Z세대의 문화 소비 방식과 맞닿아 있었기에 더 강력했다.


4. 브랜드 부활의 의미 – 소비자와 브랜드가 함께 만든 회생 사례

크록스의 부활은 단지 제품을 잘 팔게 된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만든 문화적 회생의 사례다. 브랜드는 스스로를 희화화하지 않고도 기존의 비호감 이미지를 정면으로 돌파했고, 소비자는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브랜드를 재발견했다. 중요한 건, 크록스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다시 좋아하게 된 것이다.

이는 브랜드 부활 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려 하기보다, 과거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 소비자는 오히려 더 큰 호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크록스는 이제 단순히 ‘편한 신발’이 아니라, 하나의 패션 코드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못생긴 신발이라는 오명을 벗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승화시킨 것. 바로 이 점이 크록스의 부활이 강력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