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 케이스 스터디

브랜드 흥망성쇠 (3) 블랙베리의 몰락과 부활

fresh-info 2025. 4. 29. 23:03

브랜드 흥망성쇠 (3) 블랙베리의 몰락과 부활

 

1. 블랙베리 몰락의 시작 – 스마트폰 시대의 잊힌 챔피언

한때 블랙베리는 전 세계 비즈니스맨의 상징이었다. 키보드가 달린 견고한 디자인, 강력한 이메일 동기화 기능, 그리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모바일 보안성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블랙베리를 선택하는 결정적 이유였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은 터치스크린 기반의 iOS·안드로이드 양강 구도로 급변했다. 블랙베리는 물리 키보드와 자체 OS에 집착한 결과, 변화에 둔감한 ‘늙은 브랜드’로 낙인찍혔고, 결국 2016년 자사 스마트폰 제조 사업을 철수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블랙베리의 몰락은 단순한 제품 실패가 아니라, 기술 전환기에 적절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조직 구조의 한계였다. ‘기업용 시장’이라는 틈새에 안주한 채 대중성과 UX를 외면했던 그들의 보수성은 결국 ‘혁신의 속도’에 밀려 사장되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이메일만 되는 폰을 원하지 않았고, 앱 생태계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전쟁에서 블랙베리는 ‘올드 스쿨’의 대명사가 됐다.


2. 변화의 출발점 – 보안 기술 기업으로의 전략 전환

하지만 블랙베리는 ‘브랜드’와 ‘기술’이라는 두 자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물리적 제품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핵심은 자신들이 10년 넘게 쌓아온 모바일 보안 기술력이었다. 특히 기업, 공공기관, 의료·군사 분야 등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여전히 블랙베리의 보안 엔진이 신뢰받고 있었다. 2016년 이후, 블랙베리는 하드웨어를 포기하는 대신 Enterprise Mobility Management (EMM) 솔루션, 보안 메신저, IoT 기기 보호 등 보안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블랙베리는 QNX라는 자회사를 통해 커넥티드카, 의료기기, 산업 장비 등 안전이 중요한 IoT 분야로 확장했고, 이는 오늘날 사이버보안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 아니라, 수익 구조를 고도화한 전략적 전환이었다. 대중 소비재에서 철수하고 B2B 특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한 것이다.


3. 블랙베리의 현재 – 사이버보안과 IoT의 핵심 기업

오늘날 블랙베리는 더 이상 '스마트폰 브랜드'가 아니다. 대신 그들은 사이버 보안, 데이터 프라이버시, 산업용 운영체제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블랙베리의 QNX OS가 벤츠, BMW, 아우디 등 주요 브랜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제어장치에 탑재되고 있다. 이는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 영역으로, 보안과 신뢰성이 생명인 분야다.

게다가 블랙베리는 AI 기반 위협 탐지 시스템인 Cylance를 인수하면서 사이버 공격 사전 탐지 시장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블랙베리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복구하려 애쓴 것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에 맞춰 브랜드 정체성을 **‘보안 중심 테크 기업’**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그들의 기술 기반을 인정하며, 블랙베리 주가는 2019년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4. 브랜드 부활의 교훈 – ‘기술의 본질’을 지킨 기업의 생존 전략

블랙베리의 사례는 브랜드 부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을 보여준다. 하나는 ‘자산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산을 ‘새로운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에 집착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보안’에 집중했다. 실패를 인정하고, 기존 강점을 새로운 산업과 연결하는 데 성공한 점이 이들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블랙베리는 이제 더 이상 “왜 망했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아났는가”를 묻는 브랜드가 되었다. 이는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에게 큰 시사점을 던진다. 시장에서 밀려났을지라도, 자신만의 핵심 역량과 철학이 있다면 ‘부활’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 부활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력으로 재탄생하는 진화의 과정이 될 수 있다.